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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얼굴이 빨개지는, 임수정 - 임수정, '시간이탈자' 속 윤정-소은, 1인 2역 연기 - "나도 제인 버킨처럼 사랑스럽게 나이 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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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에서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으로 1인 2역 열연을 펼친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은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거다. 디자이너가 그렇게 의미를 적어놨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구입한 나의 새 가방."

임수정이 한쪽 어깨에 에코백을 메고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에코백에는 빨간색 실로 '얼굴이 빨개지는'이라고 수 놓여 있었다. 가방이 예쁘다는 칭찬에 임수정은 방긋 웃으며 시간을 들여 의미를 설명했다. 감정에 솔직해 지려 하는 임수정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임수정은 13일 개봉한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1인 2역을 맡았다. 1983년에 사는 윤정과 2015년에 사는 소은이다. '시간이탈자'는 1983년에 사는 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에 사는 건우(이진욱 분)이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꿈속에서 윤정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고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곽재용 감독님 감성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서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반가웠어요. 사실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하잖아요. 소재도 타임슬립을 차용했고요. 그러면서도 그 속에 로맨스 감성을 더한다는 점이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느꼈어요. 국내 영화시장에서 로맨스, 멜로 영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잖아요. 그러니 이런 복합장르가 인정을 받는다면, 한국영화의 다양성 부분에서도 좋은 시도가 될 거로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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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은 '시간이탈자'에서 1983년의 윤정(좌)과 2015년의 소은으로 1인 2역 열연을 펼쳤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시간이탈자'에서 임수정은 참, 행복한 여자다. 1983년을 배경으로는 조정석의 사랑을, 2015년을 배경으로는 이진욱의 사랑을 받게 되니 말이다. 임수정 역시 "이게 웬 행운이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저, 조정석 씨, 이진욱 씨가 나이가 비슷비슷해요. 한 살 차이씩 나거든요. 호흡이 형제애처럼 좋았어요. 그리고 다들 몰입해서 저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더 챙겨주려고 하셨어요."

임수정은 조정석, 이진욱과 찍은 키스 장면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해로 떨어지는 빛을 받으면서 찍었어요. 의상과 상대 배우만 바꾸면서요. 최종본에는 조정석 씨와 한 키스 장면은 안 담겼더라고요. 예쁘게 잘 찍었는데. 조정석 씨가 눈물을 그렁그렁 하면서 찍었거든요. 사실 이진욱 씨도, 저도 셋 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죠. (웃음)"

임수정은 처음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곽재용 감독은 임수정에게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곽재용 감독님이 영원한 사랑에 대한 걸 넣고 싶어 하셨어요. 시대를 초월한 사랑, 다음 생애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 윤정과 소은에 대한 이미지도 분명하셨어요. 윤정은 약간 '라붐'에서 나오는 소피 마르소 같은 느낌을 원하셨던 것 같고요, 소은은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요즘 스타일로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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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에서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으로 1인 2역 열연을 펼친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임수정은 '시간이탈자'에서 영원한 사랑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영원한 사랑을 믿는 편은 아니다. "저는 청소년기 때도, 그런 꿈을 꾼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탈자'는 어쨌든 사랑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냐는 말에도 부정적이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변하잖아요. 저는 안 바꾸고 저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리고 살 것 같아요."

"여배우로 15년 정도 지내오면서 한결같이 어떤 모습이 남아있다면 너무너무 감사한 거죠. 소녀 같은 모습도 아직 제 안에 있긴 한 것 같아요. 그런 감성이 남아있는 거죠. 나이를 먹어도 제 뇌는 늙고 싶지 않거든요. 2013년도에 제인 버킨 내한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예순 가까이 된 나이인데,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섹시하고, 에너지 넘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제 목표예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임수정은 '조화'로운 것을 생각한다. "누구나 다 나이를 먹어가잖아요. 가정이 있든 없든, 아티스트든 아니든, 그 모든 걸 떠나서 여자로 남고 싶은 거예요. 30대 내내 조화롭게 사는 법을 찾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어요. 20대 때는 일밖에 모르고, 커리어 쌓기만 바빴거든요. 이젠 일로서도, 임수정으로서도 조화롭게 살아야죠. 아마 향후 몇 년 동안은 자주자주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임수정의 얼굴이 한 번 더 빨개졌다. 에코백에 적힌 의미처럼 솔직한 모습 그대로를 내비쳤다는 뜻이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임수정은 얼마 전 갔던 꽃시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꽃을 일 년 내내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맘때 피는 꽃은 너무 예쁘거든요. 그래서 고속버스터미널 쪽에 꽃시장을 다녀왔어요. 작년에 꽃꽂이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짧게 배웠는데 활용도가 높아요. 꽃 시장에서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어요. '어머 이것 봐, 이 꽃 얼굴 봐봐'하면서 같이 간 동생과 이야기하며 다녔죠. 너무 소소한 건가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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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에서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으로 1인 2역 열연을 펼친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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