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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알 파치노 보며, 내 70세를 꿈꿨다" - "애착이 남다른 영화 '내부자들', 개봉 앞두고 더욱 긴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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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이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우려가 적지 않다. 여전히 그의 이야기에는 대중들의 차가운 반응이 뒤따른다.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병헌은 ‘내부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물러서기보다 '소통'을 택했다. "식사는 하셨냐"는 가벼운 질문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는 "먹긴 했는데 잘 못 먹었다. 밥이 잘 안 먹히더라"라며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데뷔한 지 약 25년이다. 수많은 작품을 만났다. 하지만 이병헌은 "거짓말처럼 똑같다. 개봉을 앞두고 항상 손에 땀이 난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계속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작품 하나하나에 실린 제 마음 같아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내부자들’의 개봉을 앞두고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초반 편집본은 3시간 20분의 상영시간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회의를 거듭한 끝에 130분인 지금의 완성본이 됐다. 이병헌은 언론시사회 전까지 세 번 정도 감독과 함께 ‘내부자들’을 봤다. 

 

배우가 개봉 전 세 번이나 편집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작품에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영시간이 줄어들며 당시의 장점이 없어진 건 아쉽지만, 결국은 이 선택이 맞았다는 느낌은 있어요. 되게 힘 있게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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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자신이 믿던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쇼박스>

 

그는 ‘내부자들’에서 자신이 따르는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에게 버림받은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았다. 조폭 캐릭터가 처음은 아니다. ‘달콤한 인생’(2005년) 등의 작품에서 이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안상구 같은 날 것의 조폭은 처음이다. 머리는 장발해서 뒤로 넘겼다. 손이 잘린 자리는 의수로 대신했다. 전라도 사투리도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그는 ‘내부자들’에서 멋짐을 내려놨다.

 

"헤어스타일은 우민호 감독 의견이었어요. ‘케이프 피어’(1992년)의 로버트 드 니로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리고 안상구가 손목이 잘리고 처음 등장할 때 음영을 굉장히 강하게 줬어요. 그 장면을 찍기 전에 제가 살도 좀 뺐어요. 진짜 퀭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놀라진 않았어요. 제 다른 모습을 보니 좋더라고요. 배우들은 그런 것 같아요. 흉측하건 못생겼던, 다른 모습이 보여질 때, 그걸 즐기는 것 같아요."

 

안상구는 원래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유머스러운 부분은 이병헌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이병헌은 현장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했다.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한 잔"도, 다소 충격을 줬던 불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둔 화장실 용변 장면도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다.

 

"조승우 씨와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제가 무슨 애드립을 하면, 그 순간 순발력 있게 딱 받아쳐요. 어느 날은 조승우 씨가 생각지도 못하는 대사를 던져요. 그럼 제가 속으로 ‘이것이’ 하면서 거기에 맞는 애드립을 이어가요. 화장실 장면도 그랬어요. 저희가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해요. 적당한 선에서 편집됐지만, 꽤 오랜 시간 촬영을 이어갔죠."

 

이병헌에게 ‘내부자들’은 사회성 짙은 장르라는 점에서도 도전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밀착한 장르도 처음이에요. 배우마다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는 이유가 달라요. 저는 1순위가 재미예요. 그다음이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예요. ‘내부자들’도 그랬어요. 1순위인 재미를 충족했죠. 보면 씁쓸해질 수 있는 영화잖아요. 관객들이 보시고 사실 그 어떤 메시지보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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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쇼박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이병헌은 "연기니까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연기라는 건 물건을 만들고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짤막하게나마 보여줘야 하죠. 그런데 누가 인생을 알겠어요. 또 누가 다양한 인생을 살아봤겠어요. 그러니 늘 새롭고 계속 모르는 채 도전하는 거죠."

 

그는 최근 ‘미스 컨덕트’와 ‘황야의 7인’ 촬영을 마쳤다.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그의 또 다른 도전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약 5개월간 진행된 ‘황야의 7인’ 촬영을 통해 그는 에단 호크 등의 배우들과 동지애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저예산 영화인 ‘미스 컨덕트’를 함께 했던 알 파치노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

 

"가슴이 뜨거웠던 순간이었어요. 70살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예산 영화라서 촬영 기간이 충분치 않았어요. 그런데 알 파치노가 먼저 감독에게 작은 극장이라도 빌려서 가능한 사람끼리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식사 자리에서 이뤄진 제안이었어요. 걱정이 앞섰죠. 알 파치노, 조쉬 더하멜,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모였어요. 그런데 몇 시간 동안을 가장 열정적으로 하시더라고요."

 

"또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요. 아마 2분 정도 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그 캐릭터가 되어서 15분을 연기하시더라고요. 캐릭터에 빠지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아요. 감독에게 다양한 선택을 준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아주 멋있는 모습이었어요."

 

그의 동영상 유포를 두고 이지연과 다희에게 받은 50억 협박사건 이후 처음 갖는 인터뷰였다. 이병헌은 긴장된 모습으로 시작했다. 질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돌이라고 표현한 알 파치노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달랐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알 파치노와 함께 리허설에 임했던 사진을 찾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을 덧붙였다.

 

"알 파치노가 작품에 임하는 열정을 보면서, 무대에 올라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나도 저 나이가 됐을 때, 저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그는 배우의 꿈을 꾼다. 여전히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그는 "실제 이병헌이나 배우 이병헌이나 양쪽 면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다짐을 말한다. 그 책임감에는 그가 휴대전화 바탕화면으로 해 놓은 아들이 크게 자리한다고. 양쪽 면의 이병헌이 강조한 ‘열심’이라는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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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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