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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 소리' 이성민 "배우라는 긍지는 나의 힘" - '로봇, 소리'에서 10년 동안 실종된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해관 역으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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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로봇, 소리'의 배우 이성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떡볶이 한 접시 사 먹을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던 시절도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점점 긴 시간 모습을 비추자, 대중들이 조금씩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미생'의 오과장 역은 그를 대중들의 뇌리에 강렬히 심어줬다. 그리고 2016년 1월 27일, 배우 이성민은 원톱 주연으로 작품을 이끈다. 영화 '로봇, 소리'를 통해서다.

 

이성민은 원톱 주연의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인터뷰는 악수로 시작해서, 악수로 끝났다. 개봉을 앞두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로봇, 소리'를 택한 것은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중학생인 딸이 있다. 장르를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휴머니즘적인 이야기가 더 끌린다고 말한다.

 

'로봇, 소리'에서 이성민은 실종된 딸을 10년 동안 찾아다니는 아버지 해관 역을 맡았다. 10년간 딸을 찾아다닌 시간을 보여줘야 했다. "10년 동안 딸을 찾는 데 익숙해져버린 모습을 보여주려 했죠. 안 그랬으면 저도 관객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쾌한 에피소드도 더하고, 조화를 이루려고 한 것 같아요. 보수적인 중년 가장이 로봇과 만나며 생기는 일을 설득하고 따라오게 하느라 신경 써서 했던 것 같아요."

 

로봇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로봇과 처음 만날 때, 당황스러움은 연기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다 차츰 로봇과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그래서 극 중 로봇에 '소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천문대 장면을 찍는데 확 오더라고요. 로봇의 과거를 이야기하잖아요. 그 장면을 다 찍고 나서 '얘 장난 아닌데, 짠한데'라고 했어요. 같이 연기하는 상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소리의 액션은 같이 만든 부분이 많다. 상대 배우로 생각했기에 힘들지 않았다. 소리가 가능한 움직임은 많지 않다. 손이 올라오는 것, 머리가 움직이는 것, 머리를 숙이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움직임을 가지고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이성민은 현장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머리를 이 정도 틀어봐, 창문 쪽 봐'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호흡을 불어넣었다.

 

현장에서 소리의 대사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기계음처럼 말하지 말고, 사람처럼 해달라"고 이성민은 부탁했었다. 상상한 몫이 많았기에 심은경의 목소리로 완성된 소리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편지로 썼듯 '더할 나위 없었다'고 표현했다. "심은경 목소리 변화에 디테일이 보이더라고요.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이 있고, 약간 냉소적으로 말하는 느낌도 들고요. 일정하게 한 톤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고맙다고 했죠."

 

'로봇, 소리'에는 지난 2008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등장한다. 방화로 인해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사 전체에 불이 나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많은 사람에게 아픔으로 남은 사건이다. 이성민은 당시 본가가 대구에 있었기에 기억이 더욱 생생하다. 걱정하며 집에 전화해 별일 없느냐는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민감한 문제기도 하고,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죠. 제작진이 모두 추모비에 가서 헌화하며 추모하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당시를 재현해놓은 곳이 있는데, 저는 끔찍해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어요. 감독님의 말처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이 하나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저도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데 '아, 그런 일이 있었지'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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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봇, 소리'에서 10년 동안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해관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 사진은 해관과 딸 유주가 비밀기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로봇, 소리'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해관은 딸과 서서히 멀어지는 아빠다. 하지만 실제 이성민은 다르다. 그는 자신 있게 "딸이랑 친해요"라고 말한다. 딸은 아이돌 그룹 엑소(EXO)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중생이다. "어떤 멤버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이성민은 "좀 달라질 때가 있어서, 비밀"이라고 답하는 아빠다. 영화 속에는 딸과 아빠의 비밀기지가 등장한다. 이성민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다.

 

"딸이 학원 갈 때, 엄마보다 아빠가 데려다주길 바라요. 좀 뿌듯해 하고 있기는 해요. 엄마랑 학원 갈 때는 절대 못 하지만, 저랑 가면 차 안에서 엑소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미친 듯이 들으면서 둘만 하는 게 있어요."(웃음)

 

가족은 그가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계속되는 것을 그는 "자존심, 배우고 연극을 한다는 긍지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했으니, 인생의 반 이상의 시간을 배우로 보냈다. 연기를 만난 것은 운명적이었다. 연기를 포기하려고 탄 버스의 종점의 문이 열리는데 극단 공고가 붙어있었다.

 

"아버지가 반대하셔서 연극 영화과를 포기했던 날이었거든요. 밤새 고민하다가 극단에 전화했죠. 다음 날 오라고 해서 찾아갔고 들어갔죠. 진짜 운명이었지. 독서실에서 밤새 책을 읽고, 총무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을 정도였어요. 거기 미쳐서, 굉장히 즐거웠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죠. 돈이 없어도 '나는 배우고, 연극을 하는 긍지'가 있었거든요."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연극 영화과를 포기하고, 대구전문대학 호텔관광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힌 것은 아니다. 그는 스무살 때 극단에 들어갔다. 24살 때인 1992년, 대구 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탔고, 6년 후 연기상을 받았다. 2001년에는 전국 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탔다. 영화와 TV드라마에 짧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다.

 

그는 서른 살이 넘어서야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발을 넓혔다. 짧게 시작한 역할이 점점 길어졌다. 그곳에서 또 약 10년 간의 시간을 보낸 후, 마흔을 훌쩍 넘긴 그는 드디어 한 작품을 이끄는 원톱 주연의 자리가 됐다.

 

"이제 옅어졌지만, 여전히 배우로서의 긍지를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계속 연기를 하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가 바라는 꿈은 소소하다. '로봇, 소리'의 관람 포인트가 뭐냐고 묻자 그는 "의외의 감동"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 딸이 인정해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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