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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시골집에 가면 안방 천장 구석에 나무로 틀을 짠 막대에 짚으로 묶여있는 누런 메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마른 듯한 표면에 하얀 곰팡이가 피어 메주 특유의 고린 냄새를 풍겨온다. 김장이 끝나갈 무렵, 한 해 동안 식구들이 먹을 된장을 만들기 위해 손수 농사지은 콩을 가마솥에 삶고 절구에 찧어 메주를 만든 부모님의 정성이 눈물겹다. 가끔 시골에 가는 아이들은 눈치 없게 코를 부여잡고 한마디씩 불평하지만 조금 더 자라면 그들이 맡은 냄새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도 어머니의 정성으로 재래식 된장과 발효음료를 만드는 정미숙(48) 강소농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녀가 된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중증 당뇨에 걸려 20대 초반부터 절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사찰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다 2002년부터 된장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2006년 강화로 이사 오면서 된장 뿐 만아니라 산야초, 허브 등을 이용한 발효 음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5년 동안 숙성시킨 생된장을 비롯하여 인삼 잎, 민들레, 오디 등으로 만든 발효액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였다. 2012년에는 그녀가 신세계백화점 명인명산으로 지정되어 명품관에 납품되면서 그녀의 실력을 전국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녀는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만들어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항상 최고의 재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제품가격의 50%이상을 재료비가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라 소비자가 선뜻 구입하기 어려워하기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된장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1년에 딱 1회 된장 체험을 진행하는데 한 번에 오는 고객이 100~200명 정도 된다.


돈보다는 건강을 나누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여 아직까지 소득보다는 투자비용이 더 들어 고민이지만 그녀의 음식에서 건강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올해는 회계, 재무 등 경영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고자 강소농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자질도 높이고 경영비도 절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과 더불어 노력한 만큼 경제적으로도 보답을 받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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