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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난다'…만물상 '샤오미'의 역발상 - '짝퉁 애플' 샤오미에 中 대륙 열광…창업 5년만에 회사가치 5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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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레이쥔 회장과 경영진들. <사진제공=샤오미>

돼지도 태풍을 만나면 날 수 있다. 중국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샤오미(小米) 레이쥔(雷軍)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다.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무거운 돼지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는 이런 생각을 깼다.

회사이름도 마오쩌둥(毛澤東)이 항일 전쟁과 개국 과정에서 강조한 '좁쌀밥을 먹고 소총을 멘다'에서 따왔다. 한마디로 보잘 것 없는 식량과 무기지만 적을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좁쌀만한 하찮은 회사가 어떻게 세계에서 2번째로 가치있는 스타트업이 됐는지 그 과감함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편집자주)

 

◆ 400만원 전동스쿠터 30만원…대륙의 실수?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샤오미 신제품 발표 행사.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한 사람이 걸어 나오자 이 행사에 초청받은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레이쥔이 무대 위에 특유의 복장인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샤오미의 차기 스마트폰인 '미(Mi)5'가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이날 레이쥔은 세간의 기대와 달리 스마트폰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1인용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와 60인치 초고화질(UHD) TV를 발표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 공개'였다. 잠시 후 청중들은 샤오미가 제시한 가격에 함성을 또 다시 내질렀다. 기존에 판매되던 1인용 전동스쿠터의 가격이 보통 300만∼40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샤오미가 2012년 설립된 중국 스쿠터 업체 나인봇을 인수한 건 불과 1년 전이다. 이후 1인용 전동스쿠터의 원조 격인 미국 세그웨이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자 올해 4월 샤오미는 아예 세그웨이를 인수해 버렸다. 그 후 단 6개월 만에 혁신적인 새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이 직접 나서 "예전의 짝퉁 애플이 아니다"고 한 말이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샤오미는 '짝퉁 애플'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리콘밸리가 연구하는 무서운 상대가 됐다. 제품들도 스마트폰은 물론 UHD TV, 공기청정기, 스마트밴드, 휴대용 배터리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여러 개의 전원 케이블을 꽂는 멀티탭, 자기 사진을 찍는 데 쓰는 셀카봉, 여행용 캐리어까지 판매해 '만물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중국에선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 즉 모든 제품의 샤오미화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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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대 샤오미 전동스쿠터 <사진제공=샤오미>


◆ 5년만에 기업가치 50조 성장…샤오미의 성공 비결은?

하지만 샤오미의 지향점은 국내 대기업처럼 제조에 집중한 종합 가전회사가 아니다. IT업계에서는 샤오미의 전방위 영역 확대가 사물인터넷(IoT)·스마트홈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레이쥔도 올 3월 독일의 전자통신 박람회 '세빗'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홈 전략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가전의 스마트화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레이쥔이 인터넷에 대한 독특한 혜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중심형 혁신은 끝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의 출발점은 '화이트 박스'라고 불리는 공방이었다. 삼성이나 애플, LG와 달리 자신의 브랜드 없이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을 조립해 로고가 박혀 있지 않은 하얀 박스에 제품을 담아 시장에 내놓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창기 샤오미는 안드로이드폰이면서 아이폰을 닮은 디자인 탓에 '짝퉁 애플'로 유명세를 탔다. 레이쥔이 신제품 설명회 때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청바지와 검정 티셔츠를 입고 나오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폐쇄주의를 지향하는 애플과 달리 '시대와 소비자의 변화'를 정확히 간파하고 그 요구를 다음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 곧 TV는 물론 공기청정기, 스마트 운동화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반값도 안됐다.

레이쥔은 또 스마트폰을 기존 유통 채널이 아닌 인터넷으로만 판매함으로써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물건이 몇 분 만에 동나버리는 식의 '헝거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대한 통찰을 실제 경영에 반영한 것이다. 기능을 재고, 브랜드를 보고 체험하던 단계에서 사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제품에 관여하는 시대로 변했다는 것을 꿰뚫어 본 셈이다.

이처럼 혁신을 향한 샤오미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면서 '인터넷 만물상'·'대륙의 실수'란 조롱도 더 이상 샤오미를 괴롭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창업한 지 5년 된 신생기업이지만 샤오미는 현재 460억달러(한화 약 50조)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MIT가 발간하는 과학기술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5년 스마트 기업 50'에서 샤오미를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렸다. 애플은 16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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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Mi4 스마트폰 <사진제공=샤오미>


◆ '짝퉁 애플'서 인터넷 만물상으로…다음엔 뭘까?


샤오미는 최근 한국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셀카봉·스피커 등은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국내에 가장 먼저 상륙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제품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중국회사가 만든 가전제품을 꺼려하던 국내 소비자들도 샤오미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미밴드 등을 직접 사용해본 뒤 좋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 마음을 바꿔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는 만큼 국내에도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의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업계 처음으로 샤오미 로드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트레이더스 정재일 가전 바이어는 "샤오미 제품들의 국내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대부분의 판매처가 온라인 직구 등으로만 이루어져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핵심 경쟁력의 상대적인 부재를 샤오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는 품목이 너무 많아 핵심 수익원마저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세계에서 2번째로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 곤경에 처했다"는 기사를 통해 핵심 수익원인 샤오미폰의 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샤오미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하락했다. 샤오미의 분기 출하량이 감소한 것은 2010년 창업 이후 처음이다. 중국내 1위 자리는 화웨이에 내주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최고경영자는 "샤오미가 겉보기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안 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문제도 샤오미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특허 때문에 미국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너선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는 샤오미의 디자인을 '도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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